「문학이라는 병에 걸린 사람들」
당신에게선 여전히 답장이 없네요. 무릇 답장은 절대로 오지 않아야 제맛이라고 나 자신을 타이르며 오늘도 하루를 견뎠습니다. 요즘은 하루하루를 살아낸다기보다는 견디고 있습니다. 누가 나를 찌르지도 않는데, 누가 나를 상처주지도 않는데 이상하게 많이 아픈 요즘입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무척 뛰어난 연기력을 발휘합니다. 돌쇠처럼 일한다. 궂은 일도 가리지 않는다. 자존심도 없냐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늘 괜찮은 척하는 데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지만 종일 우아한 사회생활을 하다가 지친 몸으로 밤늦게 돌아와 책을 펼치는 순간 눈물이 쏟아집니다. 이제야 나 자신으로 돌아온 것 같아서요.
문학 작품 속에 들어가면 영원히 답장을 받지 못할 곳에 끝없이 편지질을 하는 또 하나의 나, 소설 속의 주인공들을 만납니다. 문학을 한다는 건 그렇게 바뀌지 않는 세상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희망조차 내려놓은 채,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을 두드리는 일을 닮았습니다.
우리가 미처 위로하지 못한 모든 슬픔은 과연 어디로 가는 걸까요. 아무도 쓰자듬어 주지 못한 그 모든 상처는 대체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그것은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어 되돌아 옵니다. 저는 비로소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어 다시 돌아온 사람들의 누부신 비상을 믿는 사람입니다.
(정여울. 문학이 필요한 시간.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