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
드러난 주인공보다 숨은 조연의 삶이 더 궁금해질 때가 있다. 오랫동안 스토리텔링의 주제는 늘 힘 있는 자들의 몫이었기에. 가숨속 사연이 산더미인데 한 번도 마이크를 쥐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얼마나 많았을까. 그도 역시 모험이 그립고, 열정이 그립고, 무엇보다 단 하루라도 맘대로 살아 볼 권리를 그리워했을텐데 말이다.
그리움은 과거를 향한 것만은 아니다. 나는 미래를 그리워한다. 아직은 붙잡을 수 없는 미래, 그러나 언젠가 기필코 닿을 세계를 향한 그리움, 그것이 내 고단한 일상을 밀고 간다. 예컨대 어떤 책을 읽으면 잊고 살았던 친구의 얼굴이 미친 듯이 보고 싶어진다. 간신히 억눌렀던 그리움을 끝내 폭발시켜 분출하게 하는 그런 책이 나는 좋다.
오랜 시간이 지나 인연이 끊긴 후에도, 이유를 정확히 모른채 헤어지고 나서도 여전히 그립고 보고 싶은 친구가 있는가. 수맣은 차별과 혐오로 얼룩진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만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그리움은 키우지 않을 거라고 다짐하지만 그리움의 해일이 밀려오면 또다시 고꾸라지고 만다.
우리가 망가진 가슴을 부여안은 채 아직 살아가는 이유는, 여전히 굿굿하게 오늘을 살아내는 힘은, 그리운 사람들을 죽기 전에 한 번이라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임을 깨달았다. 언젠가는 반드시 세상에서 사라져야 하는 우리를, 이야기 속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주인공으로 만드는 힘. 그것이 이야기 힘, 문학의 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