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지 못한 자의 더 커다란 사랑」
바라데기, 평강공주, 박씨부인 등 수많은 이야기 속 여성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철저히 ‘이름 없는 존재’라는 점이다. 바라데기는 한 아이의 고유한 이름이 아니라 그저 ‘버려진 존재’를 뜻하는 보통명사다. 평강공주는 평강왕의 딸이라는 뜻일 뿐 진짜 이름을 알 수 없으며, 박씨 부인 또한 그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
두 번째 공통점, 그들은 잔인하게 버려지고,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고, 사람들은 그들을 토명인간처럼 스쳐 지나간다. 바레데기는 딸이라는 이유로, 평강공주처럼 어버지에게 저항한다는 이유로, 박씨 부인처럼 얼굴이 못생겼다는 이유로.
세 번째 공통점, 버려지고 짓밟히고 사랑받지 못했지만 그들을 품어주지 않는 세상을 향하여 ‘더 커다란 사랑’으로 보답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당신들의 나에 대한 증오와 편견은 잘못되었다”라고 논박하지 않고, 자신을 구해주지 않은 세상을 오히려 아무런 대가 없이 구원하는 존재다.
이런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모두 바레데기의 후예들이 아닐까. 이름없는 자들의 통쾌한 복수, 복수조차 넘어선 더 큰 사랑 이야기 속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이름조차 얻지 못한 사람들, 공동체 내부에 안전하게 속하지 못한 이들의 유쾌한 패자부활전이 바로 문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