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바깥에도 문학은 있다」
문학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소설 속에? 시 속에? 혹은 작가나 독자에게? ‘이런 것이 바로 문학이다’라는 편견을 내려놓고 바라보면 문학은 우리가 감동을 받는 모든 것에 존재한다. 문학의 형식을 갖추지 않더라도 우리의 언어를 통해 느끼는 감동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모든 곳에 문학은 있다.
예컨대 문학이 아닌 다른 분야의 창작자 중에도 ‘이토록 문학적인 창작자가 있다니’ 하는 놀라움을 불러일으키는 이들이 있다. 내게는 가수 이소라가 그렇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를 들을 때면 가사 하나하나가 영롱한 시어가 되어 마음 속에 보이지 않는 화살이 꽂히는 기분이다.
이 곡이 흐를 때 나는 사랑 없는 세상에 영원히 혼자 버려진 듯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음악에는 격렬하게 감정을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그 감정에 휘들리지 않을 것 같은 지독한 담담함이 공존한다. 그녀의 음악이 내게 주는 감동은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이나 실비아 플라스의 시를 읽을 때 느끼는 놀라움과 닮았다.
타인의 슬픔 속으로 한참 여행하고 다시 내 슬픔으로 돌아올 때 우리는 바로 그 순간 성숙한다. 생면부지의 타인이 앓고 있고, 이겨내었고, 마침내 그 아픔을 뛰어넘은 이름다운 존재가 된다. 문학은 책이나 작품 속만이 아니라 산소나 습기처럼 세상 모든 곳에 흩어져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