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기의 힘」
원작보다 리메이크가 더 좋은 경우가 있을까. 놀랍게도 우리 짐작보다 꽤 많다. 예전에는 어떻게 원작을 따라가나, 리메이크는 어디까지나 2차 창작물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은 믿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바뀌고, 새로운 해석은 더더욱 절실하다.
너무 낡아버린 부분을 과감하게 덜어내야만 비로소 우리에게 재대로 도착하는 고전들이 있다. 인간을 사랑하지 못하고 오직 자신이 만든 완벽한 조각상만을 사랑했던 피그말리온의 이야기를 희곡으로 개작한 조지 버나드 쇼의 <피그말리온>이야 말로 대표적인 사례다.
신화에서는 너무도 남성 중심주의적인 결말, 즉 ‘남성이 원하는 아름다운 여성’으로 변신한 조각상 갈라테이나의 목소리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버나드 쇼는 원작을 강력하게 부정하는 우리 시대의 갈라테이아를 통해 자신만의 목소리로 착취를 뛰어넘는 진정한 캐릭터를 완성했다.
아름다운 이야기는 끊임없이 수정되고, 개작되고, 다시 쓰여야 한다. 이야기의 불꽃이 꺼지지 않도록, 현대사회에서 더욱 절실한 문학의 가치가 부활할 수 있도록, 더 뜨거운 다시 쓰기 열풍이 일어, 원작을 새롭게 쓰는 리라이팅의 아름다움이 마음껏 꽃피는 세상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