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밖으로 나오다」
열광과 분노라는 상반된 감정이 동시에 똑같은 대상을 향해 차오를 때가 있다. 예컨대 샬럿 브런테의 <제인에어>를 생각하면 그러하다. 작가는 자신이 사랑하는 주인공 제인 에어에 대해서는 마침내 해방된 여성의 누부신 행복을 거머쥐게 하면서, 또 다른 고통받는 여성 버사 메이슨에게는 원인도 해결책도 없는 광기를 부여했다.
사실 우리가 걸작이라고 믿는 수많은 작품이 이런 문제를 품고 있다.자신이 누구의 희생을 짓밟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승리를 구사하는 주인공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 소설은 영국 본토 줄신 여성의 주체적 성장을 위해 식민지 출신 여성의 희생을 자신도 모르게 방조하고 있는 셈이다.
마치 ‘옷을 입은 하이에나’처럼 ‘네 발로 기어 다니는’ 글욕적인 존재로 그려진 버사 메이슨은 영국인들의 집단적 우월감이 만들어낸 식민지 여성의 뒤틀린 이미지가 아니었을까. 문학은 그렇게 다락방의 미친 여자로 갇혀버린 수많은 버려진 존재의 이야기를 우리 곁의 생생한 인물로 부활시킨다.
세상에 미처 편입되지 못한 그들의 안타까운 속삭임이 내 작은 창문 위로 빗물처럼 흐르는 밤이다. 나는 내 창문을 절박하게 두드리는 그대의 차가운 손을 꽉 붙는다. 아직 온기가 남은 내 손으로. 내가 살아오고, 읽어오고, 공감헤 온 모든 이야기의 힘으로. 당신의 차가운 손을 언제까지나 꽉 붙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