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부치는 편지」
“너는 정말 엄마를 많이 닮았구나”하는 타인의 시선이 싫어지는 순간, “야휴 넌 아버지와 판박이로구나”하는 어른들의 덕담이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심장을 찌르는 순간, 우리는 뿌리를 부정하며 자신을 증오하는 시기, 사춘기로 접어든다.
더 이상 아버지가 가장 멋져 보이지 않고, 더 이상 어머니가 세상에서 가장 다정해 보이지 않는 순간, 도대체 우리 부모는 왜 저럴까라는 불만이 늘어만 가는 순간, 내 부모를 부끄러워하는 고통스러운 감정은 우리가 진정 어른이 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만 하는 통과의례이기도 하다.
문학사에 길이 남은 수많은 가족 이야기의 기본 플롯은 ’집나간 주인공의 귀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가족에게 돌아오는 문제적 인물의 이야기 말이다. 가족 이데올로기가 사라진 자리에도 가족은 있다. 가정은 인류에게 남겨진 마지막 공동체이다. 가족은 우리가 무의식에서마저 의존하고 있는 마지막 안식처일지 모른다.
나 또한 내 문학의 뿌리 가족을 생각한다. 아무 계산 없이 나를 주고 너를 건네 받는 융ㄹ한 집단이기에. 아무리 세상이 철두철미한 자본주의로 물들어 가도 가족안에서만은 ’내 것‘과 ’네 것‘을 나누지 않는 완전한 나눔이 살아있다. 우리가 누군가의 딸이고 아들이고 아버지이고 어머니인 한. 다만 이제 우리는 더 크고 깊은 사랑을 껴안아야 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