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행복이 당신을 찌른다면」
당신이 어떤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다면, 당신이 남의 눈에 띄는 어떤 손해도 끼치지 않았다면, 당신은 완벽하게 선량한 사람일까. 나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자주 한다. 답은 점점 “아니요”쪽으로 기운다. 우리는 대체로 착하고 바르게 살고 있다는 자기 암시를 계속하지만 우리도 모르게 저지르는 실책에서 완전히 벗어날 순 없다.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해 거북이를 비롯한 온갖 바다 생물이 죽어가고, 우리가 먹은 소고기와 돼지고기로 인해 수질오염과 토양오염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진다. 이뿐 아니다. 내가 전혀 의도하지 않은 모든 순간 나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내가 문학작품을 읽는 것은 이렇게 잘 모르고 저지르는 잘못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아무 죄도 없으면서 평생 부끄러움을 화두로 시를 써야 했던 윤동주의 무참한 슬픔을 이제는 조금 알 듯하다. 어쩌면 꿈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지켜야 할 소중한 것이 있다는 사실 또한 문학에서 배웠다.
언젠가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추구하던 올바른 선택들이 모여 눈부신 별자리가 될 것이다. 우리가 이미 누리고 즐기고 있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잊어버리면 결코 자기도취와 허영에서 벗어날 수 없다. 부끄러움이야말로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감정이며, 타인을 향한 조용한 배려야말로 우리를 더 나은 존재로 만들어주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