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어른이 될 것
김현철 정신과 의사는 헝가리, 일본, 우리나라의 공통점으로 ‘방황이 허락되지 않는 사회’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 세 나라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더 있는데 바로 높은 자살률이다. 우리나라에서 방황은 인생을 망치는 지름길이자 금기에 가깝다.
대학진학, 취업,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등 일련의 과정을 ‘적령기’라는 데드라인에 맞춰 완수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잠깐의 방황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그러지 못했다간 실패지로 규정하는 수근거림과 사회적 고립에 대한 두려움을 피하기 어렵다. 그 결과 자살률 최고, 출산률 최저라는 두 가지 지표를 갖게 되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본능마저 포기한다는 것. 그만큼 살만하다고 여기지 못하는 것이다. 주어진 과업을 빠짐없이 수행했는지를 개인의 평가 기준으로 삼은 사회에 우리는 초조해지고 숨이 막힌다. 사람을 불행하게 하는 두려움의 실체는 가난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존중받지 못하는 비참함과 고립감이다.
만약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존중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울까.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 실존의 문제만큼 절실한 사회적 복지는 마음껏 방황할 수 있는 자유와 그런 서로를 바라보는 너그러운 시선이다. 서로의 대한 관용과 너그러움이 우리를 이 불행에서 벗어나게 할 것이다. 우리 이제 그만 불행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