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처럼 음악처럼 (김현식)
친구여 이 노랠 기억하시나,
우리 젊은 날 서로의 짐이 무거워 외롭고 서글펐을 때
밤거리를 서성이며 긴 얘기를 나누던 그날을 기억하니나
새벽동이 틀 무렵 독서실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던
그 길고 가파르던 골목길을 기억하시나.
오늘뿐 아니라 과거의 사람들을 만나고 간직하는 일은
즐겁고 가슴 먹먹한 일이지만 가난을 못견뎌하던 그대가
지금은 크기를 쫓는 삶을 산다는 거 그리 어색하지만은 않다네.
그래도 그날의 그대를 나는 잊진 않겠네.
나는 기억한다네. 커피값을 겨우 마련하여
인근 다방에서 축구경기를 보던 날을,
캠핑 기분을 내며 뒷산에 올라
참기름이 아닌 설거지 세제를 김치찌개에 넣던 날,
입대하던 슬픈 얼굴의 그대를 배웅했던
훈련소 앞 음악 다방에서 흘러 나왔던 이 노랠 말이네.
우리 지독한 날, 내 서럽던 청춘의 벗이여, 부디 잘 살다 가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