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프로그램

HOME 라디오 주요 프로그램
STORY
15 23-08

오이디푸스왕 (문학이 필요한 시간)


오이디푸스왕


    저주받은 인간, 이 세상 온갖 불행이란 불행은 골고루 타고난 인간, 지지리도 운이 없는 인간이라는 오해는, 오이디푸스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된다. 오이디푸스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내가 꿈꾸는 새로운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가장 치명적인 그림자와 대면하는 커다란 용기를 지닌 사람이다. 

    그는 마지막까지도 고결한 품성을 잃지 않았다. 억울하다고 절규하지도 않고, 자신을 조금만 봐달라고 누구에게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는 마지막까지 따스한 아버지의 정을 잊지 않는다. 그렇게 소포클레스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인간의 위대함은, 비극을 피하는 영리한 기술을 갖춘 영웅이 아니다.

    피할 수 없는 비극에도 불구하고, 그 비극의 주인공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운명의 가장 어두운 그림자마저 온전히 자기 책임으로 받아들이는 한 인간의 누부신 용기. 그는 운명을 피하지 않았다. 그 운명이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것일지라도. 오이디푸스는 불행에 굴복한 자도, 지지리도 운이 없는 자도 아니었다.

    내 안의 그림자와 싸워, 마침내 그 그림자의 어둠이 보여주는 극한까지 걸어간 초인적 인간, 오직 운명의 길을 개척한 용감한 존재였다. 오이디푸스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지닌 자가 아니다. 그는 자신이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운명의 빚까지 모두 스스로 지고, 머나먼 길을 떠난, 지독히도 쓸쓸하고 끝내 아름다운 인간이었다.     



  • Category:
  • 책과 음악 사이

MENU

주요메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