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23-08
'모든 것이 끝난 듯한 순간 비로소 보이는 것'(문학이 필요한 시간)
'모든 것이 끝난 듯한 순간 비로소 보이는 것'
모든 걸 잃어버릴 위기에도 우리가 절대 잃지 말아야 할 가치는 무넛일까. 희망의 조짐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잃지 말아야 할 마음의 화두는 무엇일까. 백척간두의 상화에 내몰린 민주주의의 앞날을 걱정하는 뉴스를 매일 접하면서 내 안에 아프게 솟아오른 질문이었다.
진보와 개혁을 위한 단 한 발자국을 내딛는 일조차 이토록 힘겨운 세상에서 평생 살아오며 간신히 배운 것이 있다. 고통의 한 가운데는 통과할 때는 도무지 희망이 보이지 않지만 지금 가장 고통스러운 이 순간조차 시간이 흐르면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큰 그림의 일부였음을 깨닫게 된다는 점이다.
고통의 무한 반복으로 보이는 상황일지라도 우리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어떤 경우든 단 1밀리미터의 진보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믿음이다. 희망은 그것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눈부신 축복이므로.
우리에겐 최악의 상실 속에서 최선의 아름다움을 찾아낼 힘이 있다. 모든 것이 끝난 듯 보이는 순간 오히려 더 환하게 떠오르는 생의 진실이 있다. 사랑이 끝나도 추억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존재가 사라져도 그 의미는, 그 향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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