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프로그램

HOME 라디오 주요 프로그램
STORY
26 23-07

정여울의『문학이 필요한 시간』(3)



매일매일 고통을 이기는 희망


   고통이 한계점에 다다랐을 때 내게 말을 거는 인물이 있다. 바로 프로메테우스다. 이 이상은 못견디겠다 싶을 때, 프로메테우스는 내게 다가와 말을 건다. 아직 더 갈 수 있어. 네가 꿈꾸던 곳으로 가려면 아직 멀었어. 하지만 참 많이, 참 멀리 걸어왔구나. 조금만 더 힘을 내렴.

   내가 이제는 정말 지쳐버렸다고, 이제 그만 좀 쉬고 싶다고, 포기하고 싶다고 외칠 때마다 프로메테우스는 내 손을 붙잡아 자기 갈비뼈 아래에 가져다 대며 미소를 짓는다. 나는 가끔 그에게 묻는다. 후회하지 않느냐고. 인간들은 당신에 대한 고마움조차 모른다고. 인류는 신화를 잊었고, 신화는 상품 브랜드를 표현하는 상업적인 목적으로만 사용된다고.

   그는 웃으며 말했다. 내 이름이 프로메테우스잖아. 먼저 깨달은 자, 미래를 보는 자, 그는 이렇게 될 줄 모두 알면서도 그렇게 했다. 형벌을 받을 줄 알면서도 인간에게 불을 주었다. 불을 문명의 원천이 되었다. 우리가 매일 누리는 과학과 예술, 그 모든 것을 혁명적으로 바꾸어놓았다. 

   누가 신화는 그저 먼 옛날의 허구라고, 이제 실효성이 떨어졌다고 말했는가. 나에게는 그렇지 않다. 신화는 우리 무의식 깊은 곳에 꿈의 씨앗을 뿌리고, 그 씨앗은 우리가 살아 있는 한평생 매일 조금씩 자라나 마르지 않는 상상력의 아름드리나무 숲을 이룬다. 그리고 그 숲이 이룬 문학의 오솔길을  걸을 때면 나는 커다란 용기를 얻는다.    



  • Category:
  • 책과 음악 사이

MENU

주요메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