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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3-07

정여울의『문학이 필요한 시간』(2)


문득 삶이 낯설어질 때


    ”우리 마음속에는 모든 것을 다 알고 모든 것을 원하고, 우리 자신보다 모든 것을 더 잘 해내는 누군가가 살고 있어“ - 내가 힘들때마다 마치 주머니 속 비상약을 꺼내 먹는 환자처럼 되뇌는 문장이다. 해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 내가 가장 아끼는, 생각만 해도 힘이 나고, 떠오르기만 해도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 문장이다.

    눈에 보이는 나 자신이 초라해질 때, 우리 마음속에서 스스로를 지켜주는 또 하나의 내가 필요하다. 나보다 훨씬 지혜롭고 강인한 또 하나의 내가 길을 잃고 휘청이는 내 손을 붙잡아 준다. 우리는 환경이 어렵다는 이유로, 재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우리 안에 숨 쉬고 있는 많은 가능성을 버리며 살아간다. 

    문학은 세상에 나오지도 못하고 사라져 가는 모든 잠재적 가능성이 곧 우리 자신임을 일깨운다. 그리하여 마침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아갈 권리‘를 깨닫게 한다. 우리는 문학을 통해 잃어버린 가능성과, 잃은 줄도 몰랐던 자신의 일부를 만나고, 삶의 또 다른 진실을 섬광처럼 깨닫는다. 

    더 커다란 나, 더 깊고 복잡한 나, 마침내 나를 뛰어넘어 또 다른 타인들과 접속하는 새로운 나를 만들어갈 무한한 가능성이 문학 속에 꿈틀거리고 있다. 문학이 아직 너무 멀고, 거창하고, 심오하고 다가가기 힘든 그 무엇으로 느껴지는 당신에게 문학은 그런 것이 아니라고 다가와 웃으며 이야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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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과 음악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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