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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23-07

정여울의『문학이 필요한 시간』(1)



잃어버렸지만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을 향하여


    영원히 잃어버린 것들을 하염없이 쓰다듬는 시간이 있다. 잃어버린 우정과 사랑의 기억들, 후회되지만 절대로 바꿀 수 없는 과거,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머나먼 길을 떠난 아름다운 사람들, 이젠 그림자도 없는 실체들이 떠오를 때, 그럴 때 나는 문학작품을 읽는다.  

    아무리 세상의 모든 아침과 눈부신 희망을 노래하는 책일지라도 문학의 상징적 시간은 밤 같다. 낮에는 의식의 적극적인 활동이 생을 움직이게 한다면, 밤에는 낮에 풀어내지 못한 무의식의 억눌린 열망이 돌아온다. 

    잃어비린 존재들을 문학의 반딧불로 비쳐보는 시간, 문학은 우리가 오래전에 잃어버린 것들을 바로 지금 여기로 생생하게 불러온다. 잠 못 이루는 밤 꺼지지 않는 등잔처럼 내곁을 밝혀주던 그 책과 함께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결코 지금의 나일 수 없었다. 

    상실의 빈자리를 다독이는 일은 결코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가 아니다. 상실의 아픔을 되새기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더 크고 깊은 존재로 성장한다. 잃어버린 것들을 애도하는 문학의 힘을 통해 우리는 더욱 알록달록한 세상의 차이들을 품어 안는 존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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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과 음악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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